출향인 사랑방

부페식당에서..어떤가족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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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규숙 작성일09-05-17 14:30 조회2,23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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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남루한 옷차림의 가족이 식당에 들어섰다

순간...이 사람들을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갈등의 순간..

 

식당안의 손님들도 그 사람들 한번, 나 한번 번갈아가며 쳐다본다, 

내가 어떤 결정을 할것이냐..하는 눈빛으로~~

술에 만취한 듯한 몸놀림의 아버지, 좀 심각해 보이는 아내, 웃음은 이쁘지만

손이가지 않아서 보살핌이 부족하다고 생각되어지는

초등5학년정도의 딸..

 

그래도 손님이기에 어서 오세요..함서 들어오시라고 했다

선불을 받기 때문에 계산을 하는데 아버지는 안먹겟단다..

엄마와 딸을 계산하고...식탁에 앉았는데..아버지가 술은 마시겟단다

원래 식사를 하지 않으면 술을 팔지 않았으나,....쪼매 겁이 나기도 해서 ..소주를 내밀었다.

 

그 인상험악하고 비틀거리는 아버지가..딸아이에게..

"아가..많이 먹어.."하신다

근데...아버지가..

"***주게 좀 싸라.."하신다

그 말에 난..손님 우리집은 싸가는건 안돼요..했더니..

알아들으시곤..

"그려?"하시면서 아내한테 아들아이를 부르란다

하이고 그 엄마..우리식당 홀 100평이 쩌렁쩌렁 울리게 전화를 한다

세사람의 대화가 안하무인이다..야~~자~~하면서...휴ㅠㅠㅠ

 

다들 쳐다본다...

손님들의 표정은 한마디로..주인 오늘 큰일났다...하는..

 

여차 저차해서 아들내미가 택시를 타고 왔는데...

헐..어디서 그런 아들이 태어난걸까? 부티나게 훤하다..젊잖타..어리지만..

내가.."엄마,아빠 말씀을 좀 조용하게 하시게 해 줄래?했더니

"아빠,엄마 ..조용히 하세요.."함서 단속을 한다.

 

근데..신기하게도 아들이나,딸을 쳐다보는 그 아부지의 얼굴은 천사의 모습이다

흐뭇함이 묻어난다,자랑스러움도 있다,이뻐죽겠다는 표정이다

아까의 막가파의 그런 모습은 없다.

 

제발 조용히 빨리 식사를 하고 가기를 바랐던 난...용기를 내어서 물어보았다.

"아저씨, 아이들이 그렇게 이뻐요? 아들내미 자~알 생겻네요.."했더니

"이쁘지~~...내 새끼들인데...울 아들이야"한다

그러면서 모닝빵을 하나 먹더니.."아줌마..안먹을라 했는데 빵먹었으니 밥값드릴께요.."한다.

 

옆에서 냅킨을 갈면서.."아저씨, 술 조금만 드세요..저렇게 이쁜 아이들이 있잖아요..오래사셔야죠.."

했더니 엄지 손가락을 세우면서 씨익 웃으신다.

아이들이 먹는 내내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그 아버지는 목소리도 허스키하고 말도 어눌해서 제대로 알아 들을수는 없었지만...표정은 살아있었다.

아이들을 사랑한다는 표정..특히 아들아이를...

 

내가 화장실을 간 사이..밥값줘야 한다면서 찿더란다

경우를 아시는것 같아서 밥값은 받지 않았다.

 

술을 많이 먹고 가끔 행패를 부리는 아빠라서 인지(딸아이의 말)..딸아이는 눈치를 보면서 연신 심부름을 한다.

비유를 맞춘다는게 맞을 것 같다

 

주인인 내가 만약 처음부터..손님 그러지 마세요..함서 지적을 하고 뭐라했다면 아마 한행패를 부렸을 듯 한데.

대화를 햇더니 다행히 말을 알아들었다

가시면서 연신 꾸벅꾸벅 인사를 하고 우리 주방언니들한테도 꾸벅 인사를 한다..

 

조금만 더 따뜻함이 있는 가족이라면 참 좋겟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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